웰빙 건강술, 막걸리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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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5-01-21 02:40 조회3,442회 댓글0건본문
2007년 11월 숲가꾸기 행사에 참여한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소나무에 막걸리를 주고 있다. <김문석 기자>
"이마쿠 오이시(달고 맛있어요).”
“도부요쿠야 니고리자케요리 마스이(도부요쿠나 니고리자케보다 맛있어요).”
일본 도쿄 다카다노바바 지역, 와세다 대학 근처에 자리 잡은 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체인점 안의 풍경.
손님들이 차지한 테이블 곳곳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손님의 태반은 여성이다.
긴자에 직장이 있는 야마모토씨(여)는
“막걸리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이곳까지 왔다”면서
“고고데 모우 이빠이(여기 한잔 더요)!”라며 빈 막걸리 잔을 든다.
막걸리가 바다 건너 일본에서, 특히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 한잔에 한국 돈으로 무려 4000~5000원이다.
도부요쿠는 농가의 양조주고 니고리자케는 막걸리처럼 효소로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주다.
막걸리는 이들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가열 처리하거나 첨가물을 넣지 않은 고급 생막걸리는
한 병에 우리 돈으로 3만 원 정도다. 일본식 토종 와인브랜드인 ‘메르시안’과 맞먹는 가격이다.
일본 젊은층에서도 인기 높아
막걸리가 일본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막걸리는 각종 과일 칵테일 형태로 주로 팔리는데 이런 점에서
막걸리의 일본화에 우려를 낳고 있다. 어떻든 도수가 낮고 영양가 높은 막걸리가 일본 젊은이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10개월 동안 막걸리 대일
수출은 3585t(294만1000달러)이다. 2007년은 3900t을 수출해서 263만2000달러를 벌어들였다.
2000년 750t에 불과하던 실적이 8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인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0년 90만 달러에서 2007년 290만 달러로 늘어났다. 일본만이 아니다.
중국·미국 등 14개국에 수출한다.
막걸리를 재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해외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막걸리가
이미 중흥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걸리는 1960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술 소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서민에게
가장 친숙한 ‘국민 술’이었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전통 음식이고 건강 음료와 다름없다.
막걸리는 쌀을 원료로 한 곡주인데 곡주를 만드는 데 제약이 따랐다.
식량부족이다. 특히 1965년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이유로 ‘양곡관리법’을 시행했다.
쌀을 원료로 한 술 제조가 전면금지된 것이다.
쌀이 아닌 잡곡을 이용한 막걸리가 있었지만 입맛을 잃어버린 소비자는 막걸리를 외면했다.
쌀이 남아돌기 시작하면서 막걸리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불어온 웰빙 바람이 잊혀 온 막걸리를 되살리는 데 일조했다.
막걸리를 웰빙식품이나 건강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판매량도 급격히 증가한 것.
국세청의 ‘술 소비동향’ 자료를 보면, 막걸리 판매량은 2002년 12만9000t을 기점으로 계속 판매량이 늘었다.
2007년에는 17만2342t에 이르렀다. 전체 주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3% 증가해 5.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도권에만 막걸리 전문점이 무려 200여 개가 생겨났다.
한의사 이지향씨는 “곡주인 막걸리는 한마디로 영양분이 넘쳐나는 술이자 건강음식”이라고 말했다.
우리 전래의 술은 크게 주정 과정에 따라 약주, 탁주, 소주로 구분된다.
우리가 말하는 막걸리는 술이 익었을 때 용수를 박아 맑은 술(약주)만 떠내고 남은 것이다.
막걸리는 발효된 술을 체에 거른 후 손바닥으로 주물러 걸러내므로,
술 밑의 쌀알이 뭉개져 뿌옇고 흐리다고 해서 탁주로 불렸다.
농부들은 쌀알이 술에 섞여 있어 막걸리를 새참으로 즐겼다.
유애령 정신문화연구원 정편수원이 쓴 <식문화의 뿌리를 찾아서>에서 소개한 ‘막걸리 고사’도
막걸리의 영양성에 관한 것이다.
조선 중엽 이씨 성을 가진 한 판서가 탁주만 먹었다.
주변에서는 고급술인 약주나 소주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한다.
이 판서는 어느 날 소 쓸개 세 개를 가져오라고 한 뒤 소주와 약주,
막걸리를 쓸개주머니에 각각 넣었다.
여러 날이 지나 쓸개주머니를 열어보니, 소주를 담은 쓸개주머니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약주로 담은 쓸개주머니도 많이 상해 있었다.
탁주를 담은 쓸개주머니만 오히려 두꺼워졌다고 한다.
이런 고사는 현실로 입증되기도 했는데, 2007년 경북 포항시
대보면 호미곶 등대 인근에 있는 수령 300년인 노송이 고사 직전에 막걸리를 ‘마시고’ 회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막걸리의 효능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연구는
‘고혈압을 억제하는 술’이라는 대목이다.
배송자 신라대 교수(식품영양학)는 “막걸리 부유물에 고혈압을 유도하는 효소를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막걸리는 순수 미생물이 발효된 자연식품으로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혈압의 주요 요인으로 술이 지목되어 왔다.
‘고혈압을 억제하는 술’ 연구 결과
웰빙 바람은 풍미 및 주종의 다양화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각 지방의 특산물을 막걸리와 조합한 ‘지방특산막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울릉도의 호박막걸리, 홍천의 더덕막걸리, 강화의 인삼막걸리, 강진군의 복분자막걸리,
가평의 잣막걸리, 연천의 율무막걸리, 청양의 구기자막걸리 등은 이미 꽤 이름을 얻은 ‘지방 특산주’들이다.
이런 특성 막걸리는 또 지역특산 민속주의
발전에 밑바탕이 되고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일본 수출을 주로 하는 운악산 가평잣막걸리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박성기 대표는
“잣막걸리는 고소한 잣 맛이 배어 있어 그 맛이 일품”이라면서 “피부미용과 변비에 특히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전분질 원료를 혼용하여 담근 탁주의 품질 특성’이라는 논문을 쓴 황미연 전 대상기술연구소 연구위원은
“여러 잡곡을 혼용한 술의 영양요소 분포가 훨씬 다양하고 알코올 농도도 높은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혼용한 막걸리의 개발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잊혀 온 우리 막걸리 문화를 오늘에 되살리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증거들이다.
여기에다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막걸리는 지역마다 특징적이고 다양한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속의 고유한 민속문화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 위클리경향 & 경향닷컴
"이마쿠 오이시(달고 맛있어요).”
“도부요쿠야 니고리자케요리 마스이(도부요쿠나 니고리자케보다 맛있어요).”
일본 도쿄 다카다노바바 지역, 와세다 대학 근처에 자리 잡은 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체인점 안의 풍경.
손님들이 차지한 테이블 곳곳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손님의 태반은 여성이다.
긴자에 직장이 있는 야마모토씨(여)는
“막걸리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이곳까지 왔다”면서
“고고데 모우 이빠이(여기 한잔 더요)!”라며 빈 막걸리 잔을 든다.
막걸리가 바다 건너 일본에서, 특히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 한잔에 한국 돈으로 무려 4000~5000원이다.
도부요쿠는 농가의 양조주고 니고리자케는 막걸리처럼 효소로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주다.
막걸리는 이들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가열 처리하거나 첨가물을 넣지 않은 고급 생막걸리는
한 병에 우리 돈으로 3만 원 정도다. 일본식 토종 와인브랜드인 ‘메르시안’과 맞먹는 가격이다.
일본 젊은층에서도 인기 높아
막걸리가 일본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막걸리는 각종 과일 칵테일 형태로 주로 팔리는데 이런 점에서
막걸리의 일본화에 우려를 낳고 있다. 어떻든 도수가 낮고 영양가 높은 막걸리가 일본 젊은이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10개월 동안 막걸리 대일
수출은 3585t(294만1000달러)이다. 2007년은 3900t을 수출해서 263만2000달러를 벌어들였다.
2000년 750t에 불과하던 실적이 8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신장세를 보인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0년 90만 달러에서 2007년 290만 달러로 늘어났다. 일본만이 아니다.
중국·미국 등 14개국에 수출한다.
막걸리를 재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해외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막걸리가
이미 중흥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걸리는 1960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술 소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서민에게
가장 친숙한 ‘국민 술’이었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전통 음식이고 건강 음료와 다름없다.
막걸리는 쌀을 원료로 한 곡주인데 곡주를 만드는 데 제약이 따랐다.
식량부족이다. 특히 1965년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이유로 ‘양곡관리법’을 시행했다.
쌀을 원료로 한 술 제조가 전면금지된 것이다.
쌀이 아닌 잡곡을 이용한 막걸리가 있었지만 입맛을 잃어버린 소비자는 막걸리를 외면했다.
쌀이 남아돌기 시작하면서 막걸리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불어온 웰빙 바람이 잊혀 온 막걸리를 되살리는 데 일조했다.
막걸리를 웰빙식품이나 건강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판매량도 급격히 증가한 것.
국세청의 ‘술 소비동향’ 자료를 보면, 막걸리 판매량은 2002년 12만9000t을 기점으로 계속 판매량이 늘었다.
2007년에는 17만2342t에 이르렀다. 전체 주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3% 증가해 5.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도권에만 막걸리 전문점이 무려 200여 개가 생겨났다.
한의사 이지향씨는 “곡주인 막걸리는 한마디로 영양분이 넘쳐나는 술이자 건강음식”이라고 말했다.
우리 전래의 술은 크게 주정 과정에 따라 약주, 탁주, 소주로 구분된다.
우리가 말하는 막걸리는 술이 익었을 때 용수를 박아 맑은 술(약주)만 떠내고 남은 것이다.
막걸리는 발효된 술을 체에 거른 후 손바닥으로 주물러 걸러내므로,
술 밑의 쌀알이 뭉개져 뿌옇고 흐리다고 해서 탁주로 불렸다.
농부들은 쌀알이 술에 섞여 있어 막걸리를 새참으로 즐겼다.
유애령 정신문화연구원 정편수원이 쓴 <식문화의 뿌리를 찾아서>에서 소개한 ‘막걸리 고사’도
막걸리의 영양성에 관한 것이다.
조선 중엽 이씨 성을 가진 한 판서가 탁주만 먹었다.
주변에서는 고급술인 약주나 소주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한다.
이 판서는 어느 날 소 쓸개 세 개를 가져오라고 한 뒤 소주와 약주,
막걸리를 쓸개주머니에 각각 넣었다.
여러 날이 지나 쓸개주머니를 열어보니, 소주를 담은 쓸개주머니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약주로 담은 쓸개주머니도 많이 상해 있었다.
탁주를 담은 쓸개주머니만 오히려 두꺼워졌다고 한다.
이런 고사는 현실로 입증되기도 했는데, 2007년 경북 포항시
대보면 호미곶 등대 인근에 있는 수령 300년인 노송이 고사 직전에 막걸리를 ‘마시고’ 회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막걸리의 효능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연구는
‘고혈압을 억제하는 술’이라는 대목이다.
배송자 신라대 교수(식품영양학)는 “막걸리 부유물에 고혈압을 유도하는 효소를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막걸리는 순수 미생물이 발효된 자연식품으로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혈압의 주요 요인으로 술이 지목되어 왔다.
‘고혈압을 억제하는 술’ 연구 결과
웰빙 바람은 풍미 및 주종의 다양화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각 지방의 특산물을 막걸리와 조합한 ‘지방특산막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울릉도의 호박막걸리, 홍천의 더덕막걸리, 강화의 인삼막걸리, 강진군의 복분자막걸리,
가평의 잣막걸리, 연천의 율무막걸리, 청양의 구기자막걸리 등은 이미 꽤 이름을 얻은 ‘지방 특산주’들이다.
이런 특성 막걸리는 또 지역특산 민속주의
발전에 밑바탕이 되고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일본 수출을 주로 하는 운악산 가평잣막걸리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박성기 대표는
“잣막걸리는 고소한 잣 맛이 배어 있어 그 맛이 일품”이라면서 “피부미용과 변비에 특히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전분질 원료를 혼용하여 담근 탁주의 품질 특성’이라는 논문을 쓴 황미연 전 대상기술연구소 연구위원은
“여러 잡곡을 혼용한 술의 영양요소 분포가 훨씬 다양하고 알코올 농도도 높은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혼용한 막걸리의 개발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잊혀 온 우리 막걸리 문화를 오늘에 되살리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증거들이다.
여기에다가 정책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막걸리는 지역마다 특징적이고 다양한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속의 고유한 민속문화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 위클리경향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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